​<김숙경 : 회화, 아트북, 드로잉, 설치> 전

2016년 10월 21일 ~ 11월 26일

초대일   2016년 10월 22일 오후 5시

           (정연수의 <보이는 것에 대하여> 현대무용 공연)

<김숙경>전에 붙여

김숙경 작가의 작업은 그의 삶과 밀접하게 전개된다. 오랫동안 동양화를 다루면서 사람들을 그려왔고, 우연히 접한 재료를 보면 그에 맞게 오브제를 만드는가 하면, 종이에 드로잉을 하거나 바느질을 한다. 필자는 이런 작업이 시간과 마주하더라도 그 시간에 쫒기지 않고 묵묵히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겸손함의 표현이라고 본다. 또한 가족을 챙기는 어머니의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작가로서의 본능을 외면하지 않는 정직함과 솔직함의 발로라고 본다.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그린 동양화는 인물이 주를 이루나 특히 여성이 자주  등장한다. 초기에는 일상의 경험에서 나온 장면 속에 자화상 같은 여성이 등장했다. <학교가는 길> (1983)은 버스에 앉은 여성과 익명의 승객, 그리고 창밖 도시 풍경을 담담히 묘사한다. 이후에도 한복을 입은 여성, 등불을 든 여성들이 빈번하게 등장했다. 특히 우수에 젖거나 사색에 잠긴 여성들, 무엇인가를 기다리거나 소망하는 여성들이 자주 나타났다. <我> (1989)는 화실에서 그림에 빠진 자화상으로 배경의 그림 속에서도 여성의 모습이 반복된다. 자신을 반복해서 그리면서 아마도 그림을 그리는 일이 일상과 자신과의 씨름이라는 것을 일찍이 터득했던 것 같다. 2000년대 들어서도 여성을 그리는 일은 계속되고 있으며, 때로 조신한 여성의 모습, 한복을 입은 여자 아이, 주변의 인물들을 포착한 그림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작 <나는 날고 싶다> (2016)는 과거의 발랄함, 샐쭉함, 당참에서 더 나아가 우아한 기발함을 보여준다.

 
김숙경 작가는 인물과의 씨름을 마치 숙명처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인물에만 몰두하지 않는다. 부엌에서 바라 본 바깥 풍경을 천에 한땀 한땀 수를 놓기도 하고, 커피 필터로 책을 만드는 가하면, 지폐와 양파망으로 오브제를 만들기도 한다. 마네킹 토루소에 그림을 그리고 바느질을 하며, 책을 만들어 친구에게 선물하기도 한다. 


필자는 바로 진지한 동양화가에서 가끔씩 벗어나 소소한 것들을 만지작거리는 김숙경 작가에게 주목했다. 이번 전시에는 회화작업뿐만 아니라 작은 작업들을 모아서 김숙경의 조용하면서도 겸손한 시간의 흔적을 보여주고자 했다. 사실 이런 흔적은 한 작가의 생각과 태도를 엿볼 수 있는 좋은 흔적들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작업실로 가서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들고 예술을 통해 완전히 다른, 천재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작가유형도 있다. 그러나 김숙경은 자신의 현실을 탈피하거나 외면하지 않는다. 가족과 어울리면서 틈새 시간에 메모하고 펜을 움직이는 시간들, 새로 만난 사람들과 풍경, 경험이 주는 인상을 남긴 흔적들을 어떻게든 남긴다. 이런 흔적의 기록들은 그 작가가 어떻게 살아가는 지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실마리들이자 그 작가의 내면을 은밀히 볼 수 있는 창문이기도 하다.   


왜 김숙경의 소소한 모습이 중요할까? 바로 그 소소한 작업들이 가끔씩 대형작업을 해내는 저력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작가가 2009년 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에서 보여준 설치 작업과 2012년 양평군립미술관에서 높고 긴 통로에 만든 대형 설치 작업을 기억한다. 일일이 손으로 바느질하며 만든 천 작업들은 몇 미터씩 뻗은 공간을 가득 채우며 상상력과 재능을 회피하지 않는 엄숙함으로 많은 이를 감동시킨 바 있다. 그러나 그런 작업들도 삶과 일상을 묵묵히 수행하며 아주 사소한 순간에도 창작의 열정을 불태우는 과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그 설치의 일부도 볼 수 있으며, 오프닝 날에는 필자처럼 김숙경의 작업에 매료되어 설치 작업을 무대배경으로 사용하는 무용가 정연수의 공연도 펼쳐진다. (양은희/전시기획)

김숙경   가방을 꾸리다 (2016)

종이에 펜, 30x30cm

김숙경   조카와 함께한 추억 (2012)

종이에 연필, 펜, 콘테, 색연필

김숙경   나는 누구일까 (2016)

옷칠 장지, 37x67cm

김숙경   크리스마스에 받은 꽃 선물 (2016)

종이에 잉크, 과슈, 19.5x19cm

김숙경   ...다움 (2005)

장지에 수간채색, 61x73cm

김숙경   화가의 옷, 매일 매일 갈아입는 옷..(2008)

천, 양파망, 지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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