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경: 말할 수 없는 비밀 Chung Mun Kyung: Unspeakable Secrets

참여작가   정문경

기간         2018년 3월 16일-2018년 5월 4일

                        월-금, 11:00-18:00 (토, 일요일, 공휴일 휴관)

​정문경, Facing the Wall, mixed media, 15x5x13cm, 2018

정문경_Mute_mixed media_27X13X3cm_2018

정문경_The First Button_mixed media_50X90X10cm_2018

비밀의 시간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 불안한 생명체로 존재하는 것. 그것은 분명 내적으로 완전함과는 거리가 먼 요소를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지나치게 과묵하고 누군가는 지나치게 욕심이 많다. 그러니 인간은 근본적으로 이상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시간과 공간 속에 존재하는 우리는 서로 서로 매 순간 다름을 경험한다. 그 다름을 경험하는 ‘나’라는 자아는 차이를 통해 불변의 평온한 세계와 점차 멀어진다. 왜냐하면 시간과 공간 속의 인간은 익숙한 것을 보고 편안함을 느끼는 것도 잠시, 그 익숙한 것이 사실은 내가 알던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과 빈번하게 마주친다. 그 깨달음은 불안과 불편함으로 이어진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불안은 익숙함이 사라지며 오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을 드러내려고 깨지는 순간에 찾아오는 것이라고 했다. 즉 불안(angst)은 우리의 존재로 더 가까이 가는 순간이자 우리가 느끼는 이상함(the uncanny)의 근원이다.

그동안 입체와 설치 작업을 주로 해온 정문경이 2018년 이번 전시의 주제로 삼은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일상으로 덥혀 눈에 보이지 않던 것이 드러나는 순간의 감정, 불안과 낯설음(the uncanny)을 ‘비밀’이라는 단어로 포장하고 있다. 그 비밀은 단순히 숨기고자 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들, 그러나 사실은 의식 앞으로 풀려나와 언젠가 우리 앞에 직면할 것들일지도 모른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은 버려진 장난감, 다리 하나가 없는 안경, 단추로 만든 사다리, 입을 수 없는 셔츠 등 대부분 일상에서 사용하는 익숙한 물건이나 쓸모없는 사물로 등장한다. 그중에도 누군가 몸에 걸치고 사용했던 물건들은 정문경의 손을 거쳐 원래의 용도를 벗어나 처연히 공간에 걸린 오브제로 변해있다. 그것들은 누군가의 몸에 잠시 머물렀던 것들이어서인지 단순한 오브제가 아니라 인간의 존재의 흔적처럼, 또는 남겨진 가죽처럼 죽음의 그림자를 내포하면서도 정성스럽게 바느질을 거치거나 매듭지어져 그 죽음의 그림자를 살짝 밀어낸다.

그동안 용도가 다한 물건들을 가지고 대형 설치 작업을 하거나 소소한 맥락을 보여주었던 정문경은 이번 전시에서도 비슷한 맥락을 이어간다. 대신에 작업에 포착된 존재의 불안은 사소한 물건들을 통해 낯설고 이상한 형태로 드러난다. 너무나 평범한 그 물건들이 가진 무기력할 정도의 일상적 모습, 그 모습에 존재의 유한성과 위트를 담아 아직 드러나지 않은 비밀을 암시한다.

그러나 정문경이 오브제에 담은 ‘비밀’은 당분간 우리 앞으로 드러나지 않을 것 같다. ‘지뢰’라고 표기된 팻말은 그 비밀이 드러나지 않을 때가 평온의 시간이며, 마치 판도라의 상자처럼 봉인된 세계를 굳건히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 비밀의 세세한 사항은 알 수 없지만 그 근간이 무엇인지 유추해 볼 수는 있다. 아마도 우리의 존재가 유한하다는 것, 그 유한성이 내포한 불합리와 연약함, 유혹과 고통의 순간의 반복, 그리고 연약함과 유혹이 충돌하는 시간은 죽음으로서만 끝난다는 것이 아닐까? (양은희/전시기획)

정문경_55°_mixed media_13.5X21.5X2cm_2018

설치전경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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