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해.시.발 (安.海.始.發): 안현준 개인전

blotto_archyan; Anhyunjun Solo Exhibition

     2019년 2월 22일-2019년 3월 29일

        월-토, 11:00-18:00 (일요일, 공휴일 휴관, 단 토요일은 예약에 한함)

평범한 전시제목이 싫다고 작가 안현준은 ‘안.해.시.발(安.海.始.發: 편안함, 크게, 어둡게/맨처음, 출발)’을 보내왔다. 분명히 ‘안 해, 씨발~’이라는 비속어 표현을 고상하게 바꾸고 의미를 부여했을 것이다. 젊은 남성들이 뭔가에 불만일 때 흔히 쓰는 비속어 ‘씨발’과 ‘편안하게 널리 퍼트리려고 새로운 출발’이라는 웅대한 포부를 동시에 담아 첫 개인전의 제목을 만든 것이다. 그의 야심은 포트폴리오 마지막에 “다양한 것을 하고 싶다.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말이다.”라고 쓸 정도이다.

안현준(blotto_archyan)은 야심이 넘치며 자신의 미래를 적극적으로 설계하는 작가인 것만은 분명하다. 작가의 글에서 ‘불만족에서만 변화가 나온다. 사람들이 내 그림을 보고 불만족스러워졌으면 좋겠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꿈은 여러 장애물을 만날 수밖에 없다. 예술로 바꾸는 세상은 과연 만족스러운 세상일까? 한 인간이 바꾼 세상은 다른 인간에게 불만족스러운 세상이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러니 의미 있는 중요한 일을 하고 싶은 꿈과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거쳐야할 지난하고 피곤한 현실 사이에서 ‘씨발’을 무수히 연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20대 초반의 그는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만 두고 싶을 정도의 피로감과 아직 접을 수 없는 야망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안현준은 인스타그램과 텀블러 등 인터넷이 만든 SNS와 플랫폼의 세상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한다. blotto라는 명칭의 팀을 만들어 고등학교 동창들과 활동을 하기도 하고, 인스타그램에서는 blotto-archyan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그 이전에는 blotto-nn이었는데 최근 이 개인전을 앞두고 바꿨다. SNS상의 자신의 이름을 바꿀 정도로 자신의 이미지에 공을 들인다. 그에게 인스타그램은 그의 작업을 모아두는 아카이브이자 사람들과 소통하는 공간이다.

새로운 이름 archyan은 그가 믿는 아나키즘의 흔적을 담고 있다. 그는 푸코, 니체와 같은 철학자들의 책을 읽으며 삶의 부조리와 사회적 불안정의 근원을 탐구했고, 결국 아나키즘에 빠지게 되었다고 한다. 철학자들을 통해 세상을 발견하는 재미를 넘어 글을 쓰고 싶은 충동에서 혼자서 두 권씩이나 내기도 했다. 그 책들은 그가 여러 책을 통해 알게 된 세상의 논리와 개념들을 ‘반항’과 ‘무정부주의 구조주의’로 귀결시킨 것이다. 그러나 안현준 밖의 세상은 이미 미디어 세계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어서 그의 진지한 책을 받아줄만한 친구조차도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오스카 와일드의 책을 읽다가 ‘글보다 예술을 해야겠다’라는 결론에 이르렀고 ‘예술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2015년경부터 그린 그림들은 종이 위에 마카로 인물, 식물, 사물, 기호 등이 일러스트레이션처럼 검은 선으로 간략하게 그리고 약간의 채색이 가미된 것들이다. 종이와 마카가 만나며 잉크가 배어드는 효과에 빠진 그는 ‘동양의 예술가’이고 싶은 그가 즐겨 사용하는 매체이다. 검은 색으로 자화상, 흡연자들, 선인장 그림을 종종 그린다. 수많은 자화상은 그의 자기애의 흔적이자 마네, 오스카 와일드, 다빈치 등 과거의 위대한 예술가로부터 자신을 이해하는 키워드를 찾은 그의 에너지이기도 하다.

검은 톤으로 그린 <black cactus>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다. 선인장에 자신을 투사한 그는 시리즈로 반복해 그린다. 심지어 스티커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기도 한다. 아마도 선인장이 사막에서 물 없이도 살아남는 강인한 생존력과 수직적이면서도 유기적인 형태에 매료된 것 같다.

선인장의 생명력은 사실 뾰족한 가시로 무장한 채 적들을 물리치는 불안감과 처절함에서 나온다. 아마도 안현준은 선인장에서 자신의 젊음이 찬란함과 불안감 사이에서 소진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젊음의 찬란함과 불안감은 그가 좋아하는 인디 밴드 ‘.혁오밴드’가 외치는 이 시대 청년들의 현재이기도 하다. 이 밴드의 리더 오혁이 작사 작곡한 노래 <Tomboy>에 다음과 같은 가사가 나온다.

‘젊은 우리, 나이테는 잘 보이지 않고/

찬란한 빛에 눈이 멀어 꺼져가는데.‘

안현준의 첫 개인전이 빛에 눈멀지 않고 앞으로 나가갈 힘이 되길 바란다. (전시기획/양은희)

​안현준, agony, 2016,  종이위에 마카 

​안현준, smoking boy, 2017, 종이위에 마카

​송다은, 무제, o/c, 112x112cm, 2018

​안현준, 혁오밴드, 2017, 종이위에 마카

​안현준, cactus, 2017, 종이위에 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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